04 September, 2011

MSG 와 미신

글루탐산나트륨(MSG)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흔히 알려진 사실과 달리 MSG는 화학적 `합성' 조미료가 아닌 천연물이다. 처음에는 다시마에서 추출했고, 요즘은 사탕수수를 코리네박테리움이라는 발효균으로 발효시켜 생산한다. 더욱이 MSG는 강한 산성의 위액과 섞이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 꼭 필요한 20종의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탐산'이 된다. 글루탐산은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 아미노산이다.

글루탐산(Glu)은 역시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타민'(Gln)과는 다른 것이다. 글루타민이 우리 몸에서 글루타민산으로부터 생화학적으로 합성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루탐산과 글루타민은 화학적으로 분명하게 구별되고, 생리적 기능도 전혀 다르다. 식약청이 사용하는 `글루타민산'이라는 이름은 잘못된 것이다. 대한화학회의 화합물 명명법에도 맞지 않는다.

글루탐산은 글루타민과 마찬가지로 DNA에 저장된 유전 암호에 따라 만들어지는 수많은 단백질의 핵심 구성단위다. 우리 몸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의 15%가 글루탐산이다. 글루탐산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대사 과정에도 참여한다. 예를 들어 글루탐산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더이상 쓸모가 없게 된 질소 화합물을 요소(尿素)로 만들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루탐산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신경계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기도 하다. 글루탐산은 두 종류의 수용체를 통해 신경 세포의 시냅스 활성을 조절해줌으로써 뇌에서의 학습과 기억과 같은 인지 기능에 참여한다. 특히 글루탐산은 뇌의 해마나 신(新)피질에서 장기 기억 기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글루탐산이 언제나 좋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뇌 손상이나 질병으로 글루탐산을 통제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뇌졸증이나 파킨슨병으로 뇌 세포에 충분한 양의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되지 못하면 글루탐산 수용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글루탐산에 의한 흥분 독성이 나타난다. 자칫하면 신경 세포가 사멸되는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단순히 글루탐산을 많이 먹는다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글루탐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해는 1970년대 MSG의 제조사들의 과도한 광고 경쟁에서 시작된 것이다. 1960대에 아세틸렌으로부터 MSG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발효 기술이 등장하면서 화학적 합성은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결국 두 제조사가 모두 똑같은 발효 공법을 사용하면서도 서로 상대를 비방했던 것이다.

MSG를 많이 먹으면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증상이 MSG와의 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중국음식점증후군(CRS)을 처음 보고했던 미국 보스턴의 의사 호만 콕도 소금과 MSG에 포함된 나트륨(소디움) 이온이 원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을 뿐이고, 그나마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학술 논문은 아니었다.

자연 식품에 포함된 MSG는 다른 아미노산이나 당류와 `복합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시판되는 MSG와 다르다는 주장은 우리 몸에서의 소화와 대사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과학 상식조차 무시한 억지다.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나타나는 글루탐산의 `흥분 독성'을 들먹이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할 전문가의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MSG를 무작정 많이 먹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제 MSG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는 버려야 한다. 국내에서는 `무(無) MSG' 제품을 강조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는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가동해서 MSG를 무차별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윤리 의식도 부끄러운 것이다.